| 숨이 허덕였다. |
| “누님, 성낸 얼굴이 제일 이쁘오. 용언 씨 앞에서도 늘 성을 내구료.” |
| 현숙이는 하나 둘 셋 넷 속으로 세기 시작하였다. 그리고 서른까지 셀 동안에도 그냥 성을 삭이지 못한 그는 서른하나 서른둘 또 세었다. 그리고 쉰한까지 센 뒤에 고즈너기 동생에게 명령하였다. |
| “사관으로 가라.” |
| “구백오십 원은?” |
| “가!” |
| “구백오십 원은?” |
| 행랑 아범 불러서 집어내기 “ 전에 썩 가거라. 아직 철없는 애라고 마지막에는 별 소리가 다 나오는구나 ― 싫을 것 같으면 그 오십 원도 도로 두고 가라.” |
| 일성이는 아직 쥐고 있던 소절수를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―. |
| “이게요? 이게야 약조금이지요. 나머지는 언제 줄 테야요?” |
| “받을 재간만 있거든 받으려므나.” |
| “동생 하나 있는 것 너무 업수이 여기지 말우. 못쓴다우 ― 그리고 얼른 승낙해 버리는 게 당신께도 상책이겠소.” |
| 마침내 일성이의 말에는 협박의 색채가 띠기 시작하였다. 혹은 이 협박을 하려고 부러 누이의 성을 돋우었는지도 모를 것이었었다. |
| “넌 나를 협박을 하느냐?” |
| “협박이야 무슨 협박이겠소. 남 듣기도 흉하게.” |
| “그럼 그게 무슨 말이냐?” |
| “그저 그렇단 말이지. 사람이 추어 내자면 흠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소? |
| 비단 당신뿐이 그렇단 말도 아니오.” |
| 일성이의 태도는 차차 침착하여졌다. 그 침착한 가운데 현숙이는 무서운 폭력을 보았다. 마주 앉은 사람은 현숙이의 동생 일성이가 아니요 이전 학생 시대에 활동사진에서 본 일이 있는 한 협박자이었었다. 일성이의 얼굴이 유난히 이뻐보였다. |
| 현숙이는 입술을 떨었다 ―. |
| “그래 내게 무슨 흠이 있단 말이냐. 말해 봐라. 내게 그래 그래 그래―” |
| 현숙이는 자기의 지위와 교양을 모두 잃었다. 비상한 노력으로써 일성이에게 달려들려던 마음을 누른 것이 최대의 인내였었다. 얼굴의 피가 모두 눈에 모인 듯하였다. |
| 일성이는 또 헤헤 웃었다. |
| “게다가 약속도 있고 ―.” |
| “그래 언제! 무슨 약속!” |
| “말해 볼까요?” |
| “말해라!” |
| “그럼 ―.” |
| 일성이는 점잔을 빼는 듯이 기침을 한 번 기쳤다. |
| 그렇지만 동생의 정의로서 “ 준다면 나도 받기도 쉽겠고 받은 뒤에도 마음도 편할 걸 왜 꼭 약속을 이행한다는 형식 아래에 주랴고 그러우?” |
| “난 그런 약속은 한 일이 없다.” |
| “없에요?” |
| “없어.” |
| “그럼 할 수 없지. 그럼 말하리다. 오 년 전 ―.” |
| 이렇게 말하고 일성이는 제 말의 효과를 기다리는 듯이 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. |
| “그래.” |
| 현숙이는 증오에 불붙는 눈으로 일성이를 바라볼 뿐이었었다. 일성이는 한마디 더 보태었다 ―. |
| “여름.” |
| “그래.” |
| 그러나 이렇게 대답할 동안 현숙이의 얼굴빛이 좀 변하였다. |
| “봉천 송죽여관(松竹旅館)에서.” |
| 만약 이 말을 최후의 거탄(巨彈)으로서 일성이가 던진 것이라면 일성이의 던진 탄환은 그 예상 이상으로 맞았다. |
| 이 한 마디의 말은 명약 이상의 효력이 있었다. |
| 현숙이는 허둥지둥 방바닥을 양손으로 짚었다. 그리고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몸을 벽에 의지하였다. 거기도 아직 부족한 그는 머리까지 벽에 의지하였다. |
| “생각납니까? 생각 안 나면 끝까지 말하리까?” |
| 일성이는 마치 쥐를 놀리는 고양이의 태도로 현숙이에게 대하였다. |
| 그러나 현숙이는 거기도 아무 대답도 못하였다.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일성이를 건너다볼 뿐이었었다. 그 눈에는 증오도 안 나타나 있었다. 무서움도 안 나타나 있었다. 아무 표정도 없는 그 눈은 다만 눈을 감기가 귀찮아서 뜨고 있다는 것으로밖에는 볼 수가 없었다. |
| 일성이는 그것을 바라보면서 미소하였다. 잘게 생긴 앞니가 옥과 같이 반짝 하였다. |



